[Interview] 100만 구독자와 건강한 피부를 다시 정의하다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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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유 | 크레이브뷰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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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르라고만 하는 스킨케어 시장에서 리셋을 이야기하는 크레이브뷰티 리아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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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헤이리슨에서는 슬로 다운Slow Down 스킨케어를 이야기하는 스킨케어 브랜드 크레이브뷰티의 대표 리아유님을 만났습니다. 리아유님은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이기도 한데요. 그가 어떻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고 어떤 고민을 거쳐 정체성을 확립했는지, 어쩌다 창업까지 이어졌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누었습니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진 크리에이터가 되기를 희망하시는 분이라면 더 유익하게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주 이야기도 많이 읽고 들어주세요!




크레이브뷰티는 어떤 회사인가요?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스킨케어 브랜드입니다. 다른 브랜드들과 좀 다른 점이라면, 클렌저를 팔면서 클렌징을 덜 하라고 말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점인데요. 소비자의 피부를 정말 최우선에 두고 있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한국 화장품 업계는 매일같이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죠. 계속해서 무언가를 더 바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게 소비자들에게는 혼란을 야기하기도 해요. 스킨케어 제품을 고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유발하죠. 더 많이 바르기만을 강요하는 뷰티 산업에서 리셋 버튼을 누르고, 브랜드의 광고나 이야기보다 피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브랜드예요.


쉽게 접할 수 있는 화장품 브랜드가 홍보하는 문법과 많이 다릅니다.

회사의 존재 이유가 문제의식 위에 서 있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요즘은 ‘슬로다운 스킨케어'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그중 2020년에는 신제품을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도 있어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업계에서는 나름 화제가 됐더라고요. (웃음)


제품도 딱 5가지 종류만 있어요.

Core(핵심) 제품 3가지, Supplement(보충) 제품 2가지로 이루어져 있어요. 꼭 필요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Supplement 제품의 경우엔 피부 상태에 따라 필요한 분들만 쓰면 되는 제품입니다. 모든 제품을 다 발라야 할 것 같은 강박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요. Core 제품군의 경우 피부가 본연의 기능을 더 충실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제품이에요. 클렌저, 수분크림, 선크림 세 가지고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 세 가지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문제의식의 출발이 궁금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됐어요. 제가 민감성 피부에 여드름 문제를 5년 정도 겪었는데요. 그동안 정말 많은 제품들을 사서 써 봤어요. 주변 지인 추천, 유튜버 추천, 광고 등을 보면서요. 피부가 안 좋아지면 마케팅에 정말 많이 휘둘리게 되는 것 같아요. 피부과에도 돈을 많이 썼어요. 그런데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아지질 않으니 무언가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동안은 화장품의 성분을 많이 공부했는데, 그 이후로는 제 피부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생각보다 우리의 피부가 똑똑하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죠. 피부도 기능을 하는 신체 기관 중 하나잖아요. 다른 장기들이 제어 기능이 있는 것처럼 피부 역시 제어 기능, 자생 능력이 있는 것인데 뭘 너무 바르다 보니 그 기능들이 저하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죠.


그 후엔 다르게 접근하셨군요.

피부의 자생력을 존중하고, 오히려 화장품은 줄였어요. 필수 제품들만 썼더니 피부가 조금씩 건강해지는 느낌도 받았고요. 그러면서 이너뷰티에 대한 공부로도 이어졌고, 그때 케일 주스와 말차를 정말 많이 먹었어요. (웃음) 그러다 보니 6개월 만에 고질적인 문제였던 여드름이 점차 사라졌어요.


화장품 회사인데 ‘덜 발라도 된다'는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 쉽지 않은 길입니다.

저희 회사에 물론 마케터라는 포지션으로 일하는 분들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소비자들의 ‘친구'나 ‘튜터'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일인 것 같기도 해요. 피부 건강과 관련한 콘텐츠 회사에 더 가깝다는 생각도 하고요. 저희 제품 중 각질 제거제가 있는데, 민감성 피부를 가진 분이 자신에게 잘 맞을지 물어보면 절대 추천하지 않아요. 구매자들에게도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씩만 써 보다가 잘 맞으면 조금씩 빈도를 늘려 보라는 설명으로 접근하고요. 모든 팀원들이 팀의 미션에 공감하며 일해서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거대한 자본은 소비를 더 부추기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이런 흐름이 바뀌는 것이 가능할까요?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적정 소비에 대해 고민하는 소비재 브랜드들을 응원하고 주변에 알리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직은 좀 이르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봐요. 파타고니아만 봐도 사실 엄청나게 큰 회사잖아요. 소비를 무조건 부추기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클 수 있는 것은 결국 그 철학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응원이 있었던 거고요. 앞으로 그런 브랜드들이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전체적인 투자의 성향도 거기에 맞춰 가다 보면 결국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시죠?

저희 비즈니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어요. 우선은 정말 필요한 제품만 만들자는 목소리를 내려고 해요. 많은 회사들이 Reuse와 Recycle에 대해서는 노력을 많이 하는데 그 앞단의 Reduce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애당초 불필요한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소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죠. 계속해서 크레이브뷰티가 그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올해 상반기에 저희의 생산부터 유통 전체 프로세스의 탄소발자국 감리 작업을 진행했어요.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고, 그 결과 몇몇 파트너들과는 결별하기도 했죠. 미국에서는 탄소 중립 배송Carbon neutral delivery도 시작해서 올해 4월부터 600만 파운드의 탄소 배출을 줄여 환경 기금화했어요. 올해 ‘1% for the planet’에도 가입했고요.
제형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특히 클렌저 제품과 같은 워시-오프 타입은 대부분 하수구를 통해 물로 흘러나가잖아요. 생분해 가능한 제형을 도입하려고 해요. 뉴저지의 실험기관에 의뢰해서 꾸준히 연구하고 있어요.


정말 소비자들의 피부를 생각한다면, 환경을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 있겠네요. 결국 피부가 매일 맞닿는 공기와 물도 중요하니까요. 한국과 미국에 모두 팀이 있으시죠?

네 저는 주로 미국에 상주해요. 미국팀이 본사 역할을 합니다. 고객들과 소통도 많이 하고요. 아무래도 마켓 사이즈가 커서 매출이 크기도 하고. 처음엔 제 채널에 미국 구독자가 많았기에 미국 시장에 집중을 한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어요. 한국의 경우 생산과 물류 쪽에 무게를 더 두었었는데, 사실 신제품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화장품 브랜드의 턴오버가 가장 짧은 이 한국 시장에서 영속할 수 있는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해 팀빌딩을 더 전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1세대 뷰티 크리에이터 중 1명입니다. 어쩌다 유튜브를 시작했나요?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제 역량을 봤을 때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건축가로 성공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졸업 무렵 그 현실을 빠르게 수긍했죠. 그때 한창 해외에서 케이팝 붐이 일면서 동시에 케이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때였어요. 그러데 한국의 화장법이나 피부관리 관련한 영상을 영어로 올리는 채널은 없어서 그냥 무작정 시작했죠. 그 영상들이 관련 정보를 찾던 외국인들의 눈에 띄었고요. 그러면서 제 관심도 디자인에서 점차 뷰티 산업으로 넘어갔고, 아모레퍼시픽에 공채로 입사도 하게 된 거죠.


원래 실행력이 좋은 편이세요?

네, 제 장점 중 하나예요. 추진력. 


초반부터 반응이 좋았나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정말 조금씩 구독자가 쌓여온 케이스예요. 


그런데도 꽤 오랫동안 풀타임 근무와 유튜버를 병행하셨어요.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을 텐데 유튜브를 계속한 이유가 있나요?

유튜브는 저에게는 일기장 같은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고요. 그땐 구독자가 훨씬 적었으니 더 그랬죠. 불특정 다수의 타인들이기도 했고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닌데요. 주로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면서 충전이 되는 성향이에요. 유튜브도 그중 하나였어요.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못하는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적인 공간으로 시작한 거죠. 유튜브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이 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전업 유튜버 선언을 하고 퇴사를 했습니다. 퇴사하니 어떻던가요?

첫 1-2개월 정도만 홀가분하더군요. 퇴직금의 소중함도 알았고요. (웃음) 유튜브로 들어오는 돈은 월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부모님께도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죠. 자신 있게 대기업을 박차고 나왔는데 방에서 나오지 않는 딸이 됐으니까요.


바로 방향을 잘 잡고 채널이 성장한 것은 아니었나 보군요.

시간을 본격적으로 쏟을 수 있게 됐으니 주 2-3회 영상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없었어요. 초조한 마음이 있었죠. 그러다 보니 제 색깔을 찾는데 시간을 쓰기보다, 다른 유튜버들의 그로스 해킹 방법, 유튜브 알고리즘 분석 등에 시간을 더 많이 썼어요. 돌이켜보면 그때 올린 콘텐츠들은 ‘리아유'여서 볼만한 영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점차 자존감이 낮아지고 대인 기피증도 생겨 방문은 더 굳게 닫혔죠.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콘텐츠에 대한 고민보다 저 자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일을 하나, 나는 뭘 잘하나, 나는 어떤 걸 기여할 수 있나 하는 생각들이요. 그때 매일 밤새 작업을 하고 새벽 6시에 자서 정오에 일어나는 일상을 살았는데요. 일상을 건강하게 만들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새벽 5시 반에 기상해서 모닝 리츄얼을 시도했어요. 일기도 쓰고 셀프케어도 하고 운동도 하고요. 그러면서 조금씩 콘텐츠나 채널도 방향을 찾아갔고 자연스럽게 극복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향력이 큰 자리일 수 있습니다. 부담은 없나요?

없지 않죠. 유튜버만 하던 때와 지금은 또 달라요. 브랜드를 만들었으니 제 이미지가 회사에도 영향을 주죠. 압박감이 좀 있어요. 그런데 하나하나 행동을 조심하자는 생각보다는, 그냥 제가 좋은 사람이 되자는 생각에 가까워요.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자, 선한 영향력을 내는 사람이 되자 정도의 다짐을 해요. 결국 그게 가장 직접적인 리스크 해소 방법인 것 같아요.


2020년 크레이브뷰티의 목표는 뭔가요?

내실을 다지는 거요. 2020년에는 아예 매출 목표를 없앴어요. 그러면서 슬로다운 스킨케어 프로젝트도 나올 수 있었죠. 작년까지 고속성장을 해 왔는데, 지금 회사를 더 단단하게 다져두지 않으면 내실과 외형 사이의 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있어요. 올해는 가지도 많이 치고 적절한 곳에 알맞은 씨앗들도 많이 뿌려 두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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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헤이리슨

Photo 어도러블 플레이스, 크레이브뷰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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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Hey Listen. | letter@heygrou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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