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ber Inside]자신감과 긴장감 사이

2021-02-26

"계획대로 되는 것은 잘 없죠."





자신감과 긴장감 사이


루트임팩트 COO 나종일님

북한과 남한 출신 청년들이 함께 일하는 타르트 카페 ‘쉘위'라는 요식업 브랜드를 4년간 운영했다. 가장 번창했을 때 정직원 20명, 매장은 6개였다. 2014년 루트임팩트에 입사하여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다. 2019년 팟캐스트 ‘전망 좋은 망한 카페', 2020년 팟캐스트 ‘헤이리슨'의 메인 MC로 활약했다.  (na@rootimpact.org, 서울숲점)




멤버들 중 헤이리슨 팟캐스트를 듣던 분들은 MC 종일님의 목소리를 기억할 것 같은데요. 오래 진행해오던 팟캐스트를 그만하게 됐는데, 금단 증상 같은 것은 없나요? (웃음)

아직은 아주 그립다고 느끼는 정도는 아니에요, 언젠가 그리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종종 예전 에피소드들을 찾아서 듣긴 합니다. 재미있던데요, 유익하고. (웃음)


팟캐스트는 처음 도전해 본 거였죠. 2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해 오셨고요. 시작할 때 잘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나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늘 비슷한데, 자신감과 긴장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합니다. 당연하겠지만 자신감만 100%거나 긴장감만 100%인 경우는 잘 없죠. 제 경우엔 그 사이 어딘가 적당한 지점에서 마음이 움직일때, 그냥 해보는 힘이 생기지 않나 싶어요. 팟캐스트의 경우는, 자신감이 조금 더 앞섰어요. 그냥 모여서 떠들면 되지 뭐, 하고 생각했으니까. (웃음)


올해부터 루트임팩트의 COO가 되셨습니다. 루트임팩트 안에서 꽤 여러 직무를 경험중이시죠?

제가 입사한 지 6년 정도 됐는데, 6번째 직무네요. (웃음) 재무 담당자, 인사/경영관리팀 리드, 임팩트 커리어 Y 프로젝트 매니저, mardi 프로덕트 매니저, 헤이그라운드 브랜드 리드를 거쳤죠. 각각 1년은 아니고 겹쳐서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대부분 2년 정도는 한 것 같아요.


6년을 12년같이 썼네요. (웃음)

해석이 좋네요. (웃음)


돌아보면 어떤가요? 좋은 경험으로 남았나요?

제게는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아마 커리어 컨설턴트 같은 분들이 보면 ‘워워' 하며 말릴 일인지도 모르지만. (웃음) 항상 그 분야에서 좀 더 깊이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시점에 발을 뺐던 것 같은데요. 지나서 보니 다양한 경험을 거친 것이 그 나름의 유니크함을 갖게 해주었다고 생각해요.


사회초년생일수록 자신이 지금의 직무와 맞나 하는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직무를 전환한다는 것이 매우 부담이 큰 일로 느껴질 수 있고요. 종일님을 보면, 별로 망설임이 없는 것처럼 보여요.

기본적으로 일과 삶에서 계획이 없는 삶을 추구합니다. 어차피 내가 계획한대로 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잖아요. 그리고 제 경우엔 첫 진로를 선택할 때 나름의 큰 모험을 한 번 했더니, 그 이후의 선택들에서는 조금 더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물론 선택의 순간마다 신중히 고민하지만, 큰 모험이라고 느껴지는 경우는 잘 없었죠.


첫 커리어가 사업이었죠? 얼마나 오래 하셨나요?

요식업을 4년 정도 운영했어요. 


4년이면 긴 시간입니다. 뭘 배웠나요?

우선, 리더가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리더라면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것, 구성원들보다 열심히 하는 것, 먼저 솔선수범하는 것,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갖추는게 어렵고도 중요하더라고요.
그리고 사업하면서 ‘나'라는 요소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이 체감했어요. 가끔 운이 90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비슷한 맥락이죠. 시기, 상황, 사람, 너무 많은 변수가 있어요. 투입만큼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계획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다, 이런 것들을 배웠습니다. (웃음) 그게 제 인생관으로도 이어졌고요. 



루트임팩트의 COO, 어떤 일을 하는 자리인가요?

COO의 경우 회사마다 하는 일이 다 다르다고 하더군요. 작은 회사일수록 회사의 빈 곳을 메우는 일을 많이 하기도 하고. 연말에 COO로서 어떤 일을 할 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구성원과 팀의 성장과 성과 향상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게 참 어렵죠. 구성원들과 1 on 1 을 자주 하려고 합니다. 동시에 CEO와 함께 계속해서 COO의 역할을 함께 정의해 나가고 있어요.


종일님이 생각하는 성장은 뭔가요?

큰 맥락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수치나 성과를 만드는 일이 물론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 같은데요. 그 숫자가 회사의 큰 방향성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점점 더 잘 의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성장 아닐까 합니다. 다른 팀과의 연관성, 전체 사업 내에서의 위치나 의미 등을 더 잘 파악하게 되는 것.


그러려면 뭘 하면 좋을까요?

루트임팩트 CEO인 재형님이 팁을 준 적이 있는데, 자신의 사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더라고요. 


그런데, 그럼 재형님은 누구 입장에서..? (웃음)

그래서 재형님은 요즘 소셜벤처 생태계 차원에서 고민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해요.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루트임팩트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거죠.


지금까지 해오신 일도, 앞으로 할 일도 모두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 보입니다. 종일님이 생각하는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건가요?

당연한 이야기인데요. 상대방의 상황, 욕구, 입장을 잘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는 상태에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제 경우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앞두고 있다면, 일주일 전쯤 저와의 개인 채팅창에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지 적어두고 틈틈이 봅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업데이트도 하고요. 그게 현장에서 도움이 많이 돼요.


계획을 잘 세우지 않으시지만, 그래도 2021년 목표가 있다면요?

우선은 피아노요. (웃음) 제 인생에서 가장 피아노를 잘 쳤을 때가 중1 때인데, 그때의 실력을 회복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 둘째 아들 건이가 3살인데, 그 특유의 귀여움을 최대한 선명하게 기억에 담아두고 싶어요. 물론 이 시기가 지나도 사랑스럽겠지만, 첫째인 단이를 생각해보면 곧 끝나버리고 말 종류의 귀여움이 있거든요. (웃음) 그걸 깊숙이 빠져들어 누리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요.


COO로서는요?

성장했다고 느끼는 구성원들, 성과가 좋아졌다고 느끼는 구성원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제 일이 의미있었다는 증거들을 보고 싶습니다. 구성원 각자가 성장에 대해, 성과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어떤 걸 갖고 다니시는지 좀 볼까요. (웃음) 유선 이어폰과 무선 이어폰을 같이 가지고 다니시네요.

아, 유선 이어폰은 노트북에 꽂고 팟캐스트 편집할때 쓰던 건데요. 늘 갖고 다니다보니 지금도 가방에 들어있네요. 요즘은 잘 쓰진 않아요. (웃음)


<타인의 해석>을 읽고 계시군요.

요즘 인사담당자들이 함께 하는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그 모임에서 선정한 책이에요. 모임에서 HR의 R을 Resource가 아니라 Relation으로 보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그러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한 리더의 관점을 배우는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일을 계속하게 하는 힘은 뭐예요?

아내가 정말 많이 도와줍니다. 좋은 친구가 있다는 뜻이죠.
그리고 결과에 의미를 잘 두지 않으려고 해요. 오늘을, 한 주를, 한 달을 잘 보내면 된다고, 그 주기를 짧게 가져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하루를 돌아봐도 항상 아쉽긴 하더라고요. (웃음)


헤이그라운드 멤버들에게 한 마디 전해 주세요.

헤이리슨을 진행해 보니, 개인적인 대화의 경험이 마음에 크게 남더군요. 그 경험을 통해 상대방을 더 알게 되고, 더 알게 되니 애정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깁니다. 그런 앎이 있는 분들이 더 많아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멤버들이 종일님께 궁금한 것이 생긴다면 어떻게 연락하면 좋을까요?

제가 인스타를 잘 안 하거든요. 시작은 이메일이 좋겠네요. (웃음)


Interview 헤이리슨 | Photo 원더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1나길 5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G205
© 2021 Hey Listen. | letter@heygrou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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